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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영문도 모른 채 주삿바늘 받는 노인 환자들
글번호 23 등록일 2022-07-21
등록자 운영자 조회수 38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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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아버지가 사설 구급차에 누워 실려왔다. 구순이 넘는 나이였고 오래 누워 지낸 듯 삐쩍 말라 있었다. 눈에는 생기가 있었지만 팔다리를 움직이기는 어려워 보였다. 어디가 불편하냐는 말에 기운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의식이 명료했다. 환자는 오자마자 중환 구역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그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시간 전에 전원(轉院) 문의가 왔기 때문이었다. 이전 병원 당직의는 환자가 고령으로 와병 상태이며 다른 기저질환은 없는데 소변줄을 반복해서 넣다가 요로 감염이 생겼다고 했다. 연세가 많고 열이 심하며 남성 요로 감염이라 치료가 어려워 대학병원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환자를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검사지에는 코로나19 음성 결과와 신우신염이 분명한 CT까지 있었다.

입원 절차는 순조로웠다. 요로 감염의 주요 치료는 항생제뿐이었다. 나는 입원장을 발부하고 입원에 필요한 검사를 냈다. 보호자들은 상식적이고 환자에게 헌신적이었다. 이미 입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했다. 그들은 동의서에 사인하고 병실을 받으러 갔다.

할아버지는 고열이 나고 혈압이 낮아 중환 구역에 있었다. 나는 뒷짐을 지고 중환 구역을 걸었다. 할아버지는 병상을 배정받아 곧 입원할 예정이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 가운 자락을 잡았다. 누군가 싶어 돌아보았다. 할아버지가 마른 팔로 옷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자리가 불편하거나 소변이 마려운가 싶었다.

 

“왜 그러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깡말랐지만 말은 의외일 정도로 정확했다.

 

“선생님 저는 어디가 아픈 겁니까.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왜 나에게는 아무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습니까. 도대체 저는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그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나는 대단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표현과 여기까지 온 과정 때문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가 의사를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관련된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환자에게 설명할 기회는 많았다. 전 병원의 의료진과 나를 포함한 우리 병원의 많은 의료진이 환자를 거쳤다. 그리고 상식적인 보호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할아버지와 직접 대화한 사람이 없었다. 입원이 확정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눈 건 우리뿐이었다. 나도 습관적으로 환자와는 단 한마디만 나누었다. 그의 심중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응급실까지 실려올 정도 노인이면 말이 느리고 의사 표현이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 참을성 있게 그들의 말을 듣기가 어렵다. 세 마디쯤 나누고 온전하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보호자부터 찾는다. 젊은 보호자는 환자 전반의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고 빠른 대화가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병원비를 내는 사람도 보호자고 잘못되면 항의를 할 사람도 보호자다. 모든 서류의 서명도 보호자가 한다. 처음부터 보호자와 말을 섞는 편이 훨씬 신속하고 빠르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를 진료한다. 환자는 정물처럼 우리가 논의하는 대상이 된다. 막상 보호자에게 동의서를 받을 때는 자세히 설명하고, 환자에게는 생략해버리기도 한다. 환자는 영문을 모른 채 주삿바늘을 받는다. 가끔 우리는 그들에게 의식과 지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사람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고개를 숙여 할아버지에게 외쳤다. “요로 감염이에요. 신장에 염증이 생겼어요. 열이 많이 나고 힘드셨을 거예요. 입원해서 항생제 맞으면 돼요.” 정확히 네 문장이었다. 할아버지는 그 말에 완전히 의문이 풀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입원해서 치료받으면 된다는 거죠?” “네. 편하게 입원하세요.” 할아버지의 표정에서 불편한 기색이 사라졌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니. 조금만 시간을 내면 되었는데. 환자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만 있으면 되었는데.

 

 

<출처 : 조선일보 2022.7.21 칼럼>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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